2013. 12. 29. 11:24

일요일 아침 & 과외

 

오늘 아침은 땡땡이 치고 카페에 앉아 바닐라라떼 한잔과 다이제스티브로 아침을 보내는 중~~~~

아침부터 여행 관련 검색을 했더니 내일이라도 막 떠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카페에서 열심히 비행기 일정과 숙박 관련 검색 하는데...갑자기 시끄럽게 여러명이 바로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엄마와 아들, 딸 그리고 젋은 대학생.

딱~! 과외 때문에 만나서 일정을 조율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할 때

계속 "선생님~ 선생님~ " 하면서 엄마가 젋은 여대생에게 약간 굽신굽신과 함께 교양섞인 말투로 자기의 딸래미를 부탁한다.

엄마 : "우리 00는요~ 수학 이거이거는 잘 하는데 이거이거는 아직인 것 같아요. 선생님은 수학 좋아하셨어요? 어쩌고 저쩌고~

여대생 : "내 저는 수학은 좋아했는데 통계 확률은 안 좋아했어요."

엄마 : "호호호~ 저도 수학은 잘 했는데 통계는 구멍이었어요~~ 호호호~~"

약간은 수줍어하는 여대생 앞에서 좀 능수능란해 보이는 엄마가 선생님 수준에 맞춰 주면서 대화를 잘 이끌어갔다.

엄마 : "선생님이 가르쳤던 그 00가 선생님한테 배우고나서 수학 전교 1등했다고 들었어요. 우리 00도 잘 부탁해요~"

여대생 : "아..네~"

엄마 : "근데 원래 의과에 관심이 있으셨던 거에요? 아니면 원래 수학을 좋아하셨던 거에요?"

여대생 : "아, 원래 수학 쪽으로 일을 하고 싶었었는데...어쩌고 저쩌고~"

.

.

엄마 : '우리 00한테 혹시 궁금한 거 있으세요? 편하게 물어봐주세요"

여대생 : "아~ 00가 대화하고 그런거 좋아하는지.... 아이들 가르쳐보니깐 대화가 중요하더라고요. 어쩌고 저쩌고~"

 

내가 지금 이 대화를 타이핑 치면서도 이게 뭐하는 짓인가 조금 한심해지지만.ㅋ

난 저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안타까웠다. 일주일에 두 번 과외하는 일정을 잡는데도 아이의 영어, 스키 등의 일정 때문에 조율이 쉽지 않아보였다. 그리고 방학이라 더 집중코스로 이것저것 더 하는 듯... 이 대화를 나누는 목적은 아이가 선생님과 수업 시간을 잡기 위한 것이었는데, 아이와 선생님의 대화보다 엄마가 주도적으로 선생님과 일정을 잡고 있었다. 엄마가 우리 00는요 화요일엔 영어 목요일엔 00  .... 수업이 있어서 그 땐 안되요~~~ 어쩌고 저쩌고~~~

아.... 옆에서 대화를 든는내내 저 여자 아이는 과연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생각이 든다.

자기 뜻대로 방학을 보낼 수없고 수학 전교 1등하기 위해 엄마가 서울대 의대생을 과외선생님으로 데리고 오신 듯 한데... 아이는 그냥 가만히 앉아서 고개를 푹숙이고 듣고만 있다. 그리고 마지막 엄마의 한 마디

"그럼, 우리 00 잘 못하면 야단도 쳐 주시구요 잘 하면 잘 한다고 칭찬도 해 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면서 커피를 들고 다 함께 카페를 나갔다.

 

왜 우리 아이들이 공부에 얽매여서 살아야하나... 저렇게까지 답답하게 살아야하나... 불쌍하기도 했고, 피할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깝기도 하다. 나라고 먼 훗날 저러지 않으리란 장담은 못하겠다는 이 사실에 더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저게 먼 훗날의 나의 모습이 될까봐 두렵다...

나도 어렸을 때 학원에 다니긴 했지만, 억지로 다녀본 기억은 없다. 좋아하는 친구들이 다니는 곳에 가고싶으면 엄마한테 보내달라고 했었고 나머지 시간은 고무줄이나 자전거 타면서 동네친구들과 놀았던 기억이 많다. 공부에 얽매이기 보다는 공부...하기 싫으면 하지 않았다.ㅋ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좀 철이 들어서 공부 열심히 할껄... 하는 생각도 가끔 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자유롭게 키워주신 부모님께 매우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우리 엄마아빠는 항상 "너가 알아서 해" 이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

우리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이 이렇게 기가 죽어서 부모님이 시키는대로 하는 꼭두각시 인형처럼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가슴 아프고, 조금씩 어떻게 변화될 수 있을까 고민이된다. 어떻게 해야하나....

일요일 아침부터 난 괜한 고민에 빠지고 있다...

바닐라라떼나 마시고 책 읽자. ^^

 

Posted by 아이스티를 즐기는 여자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