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16 08:05

잘 왔어 우리 딸

서효인 산문집 / 난다 (문학동네)


간만에 산문집을 읽으면서... 가슴 한 켠이 따땃해졌다. 시인이 쓴 이 산문집에는 딸이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해서 딸이 태어나 자라는 모습까지를 아빠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사랑스런 마음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참 이쁘다. 그 마음이 보여서 이쁘다는 말이다. 


딸을 향한 아빠의 마음이 이렇게 예쁠 수 있다는 걸 새삼스레 너무 아름답게 느낄 수 있었다.


딸이 다운증후군인데, 그 딸에 대해서 가장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게 바로 '부모'라는 말에서 뜨끔했다. 일반인들이 아니라, 오히려 부모란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걸음마가 늦어도 언어가 늦어도 그게 모든 아이들에게 당연한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그게 혹시나 '다운증후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란다.


내가 타는 버스에 항상 비슷한 시간이면 어느 정류장에서 다운증후군 남자 아이가 탄다. 아이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좀 있을 것 같지만 항상 해맑은 표정으로 타서는 창밖을 보면서 무슨 할말이 그리 많은지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그 아이의 머릿속에 있는 어느 누군가와 함께, 아마도? 그 아이가 타면 항상 태연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안쓰러운 마음과 아무렇지 않게 대해야지 하는 마음을 꼭 한 번은 먹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아이가 계속 떠올랐고, 다음에 버스를 타면 좀 더 다정한 표정을 지어줘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책에서 딸의 심장 수술 묘사 부분에서 울 조카가 생각이 나서 코끝이 찡해왔다. 아이가 아프면 그 가족 모두가 아프다... 울 첫째 조카가 그랬다.  그랬던 그 아이가 지금은 벌써 초등학교 4학년이 되어서 고모~ 하면서 달려온다. 정기적으로 심장 검진을 받으러 갔던 병원에도 이제 더 이상 안 가도 된다. 언제부턴가 우리 조카가 아팠었다는 걸 잊게 되었다.


이책에 나온 서효인씨의 딸, 은재도 튼튼한 심장을 가지고 예쁘게 살아가길 바란다. 

은재의 고모가 그렇게 말했던 것 처럼. ^^ 



p34

섬의 바람이 불어와 우리를 쓰다듬었다.

바람이 너와 나를

특별한 이유 없이 좋아해주어서

그게 아주 좋았다.


p128

세대주

자녀


종이 한 장이 주는 무게감이 집 한채다

차력하듯 들어올릴 참이다

사랑하는 동거인들과 함께.


p175

아내의 삶이 다채롭고 반짝거렸으면 좋겠다. 충분히 빛이 날 만한 여자인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앞으로도 쉽지 않아 보여 안쓰럽다. 내 탓 같아서 미안하다. 아이가 주는 애틋함과 따뜻함과는 별개로 아이 엄라로 사는 현실의 무게를 내가 오롯이 다 들어주지는 못할 것이다. 아름답고 현명한 그녀의 인생이 이렇게 결정나는 건가.


p197

조급증을 떨치면 아이들은 모두 해내요. 여러 지원을 잘 알아보시고 주위의 도움을 받으세요. 그래, 복습은 중요하지. 어쩌면 선행학습이 문제였을지도 몰라. 복습은 확신을 키우고 확신은 용기를 주고 용기는 마음의 안정을 가져온다.







Posted by 아이스티를 즐기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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